2018 군포 철쭉축제


군포는 지리적으로 한양과 가깝고 신령스러운 기운이 가득한 수리산을 뒤로 하고 있어 예로부터 과거 공부하는 청년들이 전국에서 모여 들었다. 남북으로 비를 가르는 감투봉의 높은 봉우리와 감투봉 골짜기 사이 바위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풍수 지리적 명당터로 소문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시험에 합격하는 인재가 많았고 이러한 사실이 입소문을 타, 과거를 준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까지 찾아와 정성을 올리기로 유명했다.

모현재 삼성사 주변에는 밤낮으로 청년들의 글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과거 공부를 하러 온 청년들 중 삼성사 모현재와 감투봉 샘물터를 자주 오가며 글을 읽고 달님에게 정성의 기도를 올리는 진도령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어느 날 진도령은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던 아름다운 분홍아가씨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진도령의 적극적인 구애로 분홍아가씨의 마음도 이내 봄꽃처럼 물들었다. 밤이면 남몰래 샘물터나 은행나무 밑에서 애틋한 눈길을 주고 받으며 사랑을 나누었다. 분홍아가씨는 진도령이 과거에 등과할 수 있게 해 달라며 산신령님과 달님에게 밤낮으로 빌고 빌었다.

드디어 과거시험 방이 나 붙었다. 진도령은 분홍아가씨에게 꼭 합격하여 돌아오겠다는 약조를 남기고 한양으로 떠났다. 홀로 남은 분홍아가씨의 기도는 더욱 간절해졌다. 샘물터에서, 천년된 은행나무 앞에서 정한수를 떠 놓고 밤새 절을 했다. 삼성사와 서낭당을 찾아 빌고 또 빌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뒷산의 높은 산본(山本)마을로 향한 중턱에서 마르지 않고 흐르는 샘물을 떠서 감투봉까지 올라 달님에게 사랑하는 연인의 합격을 빌었다. 분홍아가씨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진도령은 마침내 과거시험에 장원급제를 하게 됐다. 진도령은 노란 옷에 화관을 쓰고 삼일유가를 다니며 장원급제 행차를 한 후, 드디어 분홍아가씨가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군포로 돌아왔다. 진도령의 장원급제 소식을 전해들은 아가씨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산신령님과 달님이 도운 덕분이라 생각한 분홍아가씨는 감사의 기도를 드리기 위해 그 길로 감투봉에 올랐다.

한편 감투봉 산기슭에서는 호랑이와 용이 한창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호랑이와 용은 틈만 나면 서로가 감투봉의 주인이라며 싸움질을 일삼았다. 그날도 예외 없이 육탄전을 벌이던 호랑이와 용은 감투봉에서 기도를 올리던 아름다운 아가씨를 발견했다.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리던 아가씨의 모습은 흡사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의 모습처럼 아름답기만 했다. 아가씨를 보고 첫눈에 반한 호랑이와 용은 이번에는 서로 아가씨를 차지하겠다며 더욱 격렬히 싸우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분홍아가씨는 열심히 기도에 열중했다.

과거에 합격하여 돌아온 진도령은 분홍아가씨를 백방으로 찾아 헤매다 감투봉에서 기도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마음이 급해진 진도령은 감투봉으로 향했다. 감투봉에 거의 도착하니 멀리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분홍아가씨의 모습이 보였다. 진도령은 반가운 마음에 분홍아가씨를 큰소리로 불렀다.

“낭자 분홍낭자 저 장원급제하여 돌아왔어요 분홍낭자~”

혼신의 기도를 올리던 분홍아가씨는 사랑하는 진도령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뒤를 돌아본 분홍아가씨는 소스라치게 놀라 그만 까무러치고 말았다. 아가씨의 눈에 들어온 건 진도령이 아닌 무섭게 으르렁 대며 피투성이가 되어 싸움을 하고 있던 호랑이와 용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여인이 혼절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 진도령은 절규하며 울부짖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호랑이와 용은 쓰러진 분홍아가씨를 보고 깜짝 놀랐다. 호랑이와 용은 분홍아가씨를 쓰러지게 만든 장본인이 자신들임을 깨닫고 그길로 줄행랑을 쳤다. 진도령은 쓰러진 분홍아가씨를 품에 안고 밤새도록 흔들며 흐느꼈다.

날이 밝은 다음날 마을 사람들은 두 사람을 찾아 나섰다. 밤새 감투봉에서 들려오던 호랑이와 용의 포효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감투봉에 오른 마을 사람들은 꼭 끌어안고 숨진 두 사람을 발견했다. 간밤에 눈보라가 몰아쳤고 두 사람의 몸은 차갑게 얼어붙어 마치 돌처럼 굳어 있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수리산신령은 크게 노하여 호랑이와 용에게 커다란 형벌을 내렸다.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느낄 수 없는 자갈밭에 호랑이와 용을 영원히 가둬 버렸다.

“이 자갈밭에 꽃을 피우면 죄를 용서해 주겠다. 하지만 꽃을 피우지 못 한다면 영원히 이 자갈밭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자갈밭에 갇힌 호랑이와 용은 절망했다. 호랑이는 죽은 연인을 되돌릴 수 없음에 자책하고 깊이 후회했다. 하지만 용은 금방 자포자기했다. 호랑이는 진심으로 뉘우쳤고 속죄를 하고 싶었다. 밤이 되자 호랑이는 용이 잠든 틈을 타 자갈동산을 빠져나와 감투봉에 올랐다. 돌로 굳어버린 두 사람을 향해 몸을 숙여 절을 올린 후 자신의 몸에 두 사람을 실었다. 그리고 감투봉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두 사람을 떨어뜨리고 올리기를 반복하며 날이 밝아서야 자갈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랑이의 몸은 상처로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호랑이는 돌로 굳어버린 두 사람을 꼭 끌어 안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몇 날 며칠 호랑이는 먹지도 자지도 않고 두 사람을 끌어 안고 눈물을 흘렸다. 호랑이의 눈물은 돌이 된 두 사람에게 계속 스며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랑이의 눈물을 머금은 돌에 따뜻한 온기가 점점 녹기 시작했다. 자갈밭 전체에 돌이 녹아들더니 금세 파릇한 새싹이 돋아났다. 싹은 나무로 자랐고 나무에서는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진분홍 꽃이 자갈밭을 가득 메웠다. 살아 이루지 못한 진도령과 분홍아가씨의 사랑이 동산을 가득 메워 철쭉으로 피어난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본 산신령은 감동했고 호랑이를 용서했다. 또한 철쭉을 영원히 지켜 줄 것을 당부했다. 반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용은 지금도 동산에 갇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훗날 사람들은 이 자갈밭을 철쭉동산이라 불렀고 철쭉동산에 갇힌 용은 매년 눈물로 아름다운 철쭉을 피워내며 속죄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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