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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아무 것도 아니야. 그냥 바다를 보니까 옛일이 생각나서." 르메륀의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눈빛만은 서글펐다. 옛날 자신들의 가족이 무역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큰 태풍을 만나 침몰을 당해 목숨을 잃었던 일. 집에서 그들이 돌아오기만 을 기다리고 있던 그녀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 날 이후로 그녀는 웃음이란 존재를 잃 었다. 슬픔이란 존재도 잃었다. 그저 아무런 감정도 없는 듯한 얼굴로 있을 뿐. 그런 그녀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순간 순간 미미하게 변하는 그녀의 눈빛이었다. 그런 그녀의 과거와 마음을 알고 있는 네유린은 순간 그녀를 꼭 껴안으며 중얼거렸다.

"9써클 결계 따위, 내가 힘을 끌어올리면 못할 것도 없다!" "메시스. 멈춰!" 순간 마나를 끌어올리던 메시스의 몸을 에스완이 붙잡으며 말렸다. 그에 메시스는 살기를 좀 누그러뜨리며 냉랭한 어투로 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사이를 파고들며 서로에게 다가가 공격을 주고받았다.

아직 일어설 힘이 없는 그녀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있는 것이다.

“너라면 방금 전의 공격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순간적으로 멈추었던 거지? 시리안….” “…….” 또옥. 똑. 잠시 두 사람의 사이엔 아무 말도 없었다. 정적의 시간 동안 귓가로 들려오는 것은 단지 시리안의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핏줄기가 바닥을 물들이는 것뿐. 피로 적셔진 시리안의 입은 굳게 닫혀있다. 손에 의해 얼굴이 가려져 보이는 것은 오직 그의 입이 점점 미소를 그리고 있다는 것뿐. 그리고 서서히 벌려지고 있다는 것뿐. “때가 왔다….” “무…슨 소리지?” “빛의 기둥…. 드디어 녀석과 만날 때가 됐어.” 데카르트는 그 말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주변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하지만 빛 같은 것 따윈 어디에도 보이지 않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데카르트의 음성은 거칠어져만 가고 있었다. 녀석의 말은 지금 자신이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이렇게 답답할 수가 없었다.

"데카르트…. 잠시…, 너의 품을 빌려도 될까." 데카르트는 그에 눈을 들썩였다. 그러나 이내 내색치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초에 수백 번의 공격이 오고갔지만 한번 한번에 강맹한 기운이 심어져 엘크리아도 방심 할 수 없었다.

"이거 놓으십시오. 당장 저 녀석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말 테니까……. 이거 놓으란 말입 니다!!" 시리안의 외침에는 상관없이 에스완은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