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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혼들은 동작과 호흡을 맞춰 모든 동작을 끝내고 상쾌하게 흐르는 땀을 훔쳐내며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블러드를 보내서 처리하게 해!” “하…하지만 그럼 크리스털 캐슬의 이그라혼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그래서?” “알겠습니다. 보스!” 세상 사람들은 슈나이더가 행한 행동을 보고 그가 다혈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오른팔인 쥬크가 보기에 그는 다혈질이라기보다 냉혹한 사람이었다. 소름 끼치도록……. 그는 절대로 화내는 법이 없었다. 단지 그 자신의 냉혹한 규칙을 어기면 그 규칙을 어긴 대가만을 치르게 할 뿐이었다.

“마스터!” “블루, 무슨 일이라도 있나?” “그게 드워프들이 몰려와서 워크하나를 망가트리는 바람에 시비가 붙었습니다. 그러나 드워프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자신들이 가져온 물품을 제공하면서 마스터와 면담을 요구했습니다.” “드워프? 저기 드워프산맥의 드워프들이?” “아마도 그런 것 갔습니다.” “그럼 가지!” 라혼이 자리에서 일어나 블루와 함께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나갔다. 블루는 마스터 라혼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다른 말을 꺼냈다.

“그 아이가 파엘과 페어리 퀸 피가 무단으로 데려온 인간의 아이인가요?” 초록색 투명한 머리를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투명한 바람 같은 여자 엘프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같이 나타났다. 초엘은 정중한 몸짓으로 한쪽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뭐? 마스터를 찾았다고?” “그래!” “하지만 이제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기 시작한지 열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오웬과 그웬 형제는 마스터와 헤어진 지 겨우 3년이 채 못 됐다. 마스터 라혼이 그렇게 떠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마이트와 프리카 안젤리나가 드워프가 전해준 소식으로 북쪽으로 마스터를 찾아 떠났다가 마이트가 극적으로 마스터 라혼과 만나 마스터에게 이그라혼의 전사를 키우라는 임무를 받아왔다. 루는 마이트에게서 그 말을 전해 듣고 소년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데 모여든 소년들은 유력자들의 아들들뿐이었다. 그들은 이그라혼의 전사라는 간판은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바라칸의 친위세력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루는 바이킹 형제에게 고향으로 돌아가 아킨 섬을 재건한다는 명분으로 보덴의 전사를 키우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웬과 그웬 형제는 루의 말대로 고향으로 돌아와 사내아이들 모아 훈련을 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나 드워프 처음 봐! 나도 같이 갈래!” *** 외골수적이고 독단적인 드워프들 사이에서 특히나 그런 기질이 강한 파워햄과 함께 온 드워프들은 아직까지 자들의 숙소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자릴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블루라는 이 궁전의 집사라는 인간이 가져온 물건들을 보자는 말에 물건들을 풀어놓았다. 드워프들이 스스로 고물 또는, 고철이라고 비하하지만 스스로 부숴버리지 않고 세상에 내놓은 물건들은 인간들의 손재주로는 흉내도 못 낼 물건들이었다. 그런 물건을 스스로 고물 또는, 고철이라고 비하는 이유는 자기들이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몸에 맞지 않는 무구는 그들에게 있어 그야말로 고철과 다를 바가 없었다.

“루우젠만큼은 절대 안돼!” 하돈 황제의 조용한 독백이 황금 궁전 도무스 아레나에 고요히 울려 퍼졌다.

‘야…야그비 수액이다!’ 야그비 수액은 야그비 나무의 수액으로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물질로 강력한 각성제였다. 야그비 수액은 정신계 마법을 걸때 사용되는 시약으로 많이 이용되고 진통제로도 사용된다. 어찌된 일인지 모르지만 가만 보아하니 특별한 마법주문이 부여된 야그비 수액을 기본으로 만든 시약이 잔의 전신에 발라 져있었다. 이렇게 잔의 체온이 뜨거워져 야그비 수액의 황홀한 향기가 뿜어져 나오면 보통사람이라면 이미 이성을 상실하고 본능에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영혼이 육체를 지배하는 라혼에게 별 효용이 없었다. 그래도 라혼의 몸은 정직하게도 잔이 주는 자극에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라혼은 몸에서 일어나 는 자연스런 반응을 무시하고 입안으로 들어오는 잔의 혀를 그대로 둔 채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마나의 이상 배열을 발견했다.

“이거야! 제도의 대가리들이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가 없군.” “예?” “저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에게 임페리움을 부여하다니…….” “하지만 그는 최상급 소드 마스터라고 들었습니다.” “소드 마스터라고 해서 전략가일 수는 없어. 전쟁이란 막대한 자원과 피의 소모가 동반되기 마련이다.” “…….” “그런데 그것을 저 무모한 어린놈이 결정했다는 거야! 한 개인의 판단착오로 제국의 근간을 흔들지 모르는 전쟁이 벌어졌어. 이것이 말이 되나?” “하지만 이미 전쟁이 시작된 이상 이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루발 제독은 부관 다리오의 얼굴을 보며 입술을 비틀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러다간 내가 지겠어. 이렇게 되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받아라!’ ‘헉~!’ 나이트 벡터는 나이트 다에우스의 몸을 돌보지 않는 공격에 기겁을 하며 몸을 빼내려다 한번 부딪혀보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벡터도 옆구리에 큰 허점을 노출 시키고 다에우스의 가슴을 노렸다. “나는 너를 받아드릴 생각이 없지만 자네가 일할 곳을 소개 시켜줄 수는 있다.” “예?” “한스왕에게 가봐라! 나보다 너를 더 필요로 하는 곳은 바로 거기 일 테니까!” 라혼은 실망스런 표정을 하고 있는 그에게 마법서 한권을 선물했다. 그것은 마법진에 관한 마법을 모아놓은 일종의 백과사전 같은 것이었다. 라혼은 마법서를 받아들고 눈빛을 반짝이며 책을 펼치는 그를 손으로 제지하며 물었다.

“제너럴 하르튼, 어렵게 됐습니다. 한스왕이 직접 이끌고 오는 지원군의 병력이 3만이랍니다. 게다가 첩보에 따르면 한스왕국전역에서 지속적으로 징병이 이루어져 한 달 후면 한스왕국의 전체 병력이 10만이 넘게 됩니다.” “크흠~!” 정복군 최고 사령관 제너럴 보나르 데 하르튼 후작은 부관이자 참모인 여리고 드 아마시스 자작의 의견에 공감했다. “자…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라혼은 허둥대며 어디론가 사라지는 젊은 마법사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울화가 치밀어 이곳으로 곧장 [워프Warp]해 왔지만 저 젊은 마법사를 본 순간 문득 이곳이 마법사 길드라는 것이 떠올랐다. 이곳은 화가 난다고 난동을 부릴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물론 자신의 힘이라면 무서울 것이 없지만 지금 이곳과 충돌해 이들의 힘이 약화되면 앞으로 문제가 커질 것이 분명하기에 행동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