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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속을 지켰다. 너도 그에 응해야하지 않겠나?" 비웃음을 머금은 가르시안의 목소리. 전에 못 다했던 대결을 끝내자는 말이다. 시리안은 그 에 눈에 살기를 띄는 듯 싶더니 이내 신형을 날렸다. "크크큭……크하하하하핫!!" '그 넓은 사막에서 어디 숨겨져 있을지 모를 던전을 찾으란 말인가?! 던전을?!!' 미친 듯이 웃어대는 시리안의 눈가에는 살기마저 감돌았다. 끝없이 피어오르던 살기는 몸 에까지 번져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나를 방출하며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한 참동안을 살기를 방출하고나서야 시리안은 조금 나아진 듯한 얼굴로 가슴 가득 벅차 오르는 숨을 내쉬었다.

"만약 훈련 중에 이탈하거나, 그 훈련을 다 완수하지 못할 경우에는 수리엘 기사단의 단원 자격을 박탈하겠다." 이러하니 누가 훈련에 임하지 않겠는가. 힘없는 단원들로써는 그저 시키는 대로 훈련을 완 수할 뿐이었다. 단 하나 위로가 되는 것은 그들만 훈련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단장인 시 리안과 부단장인 지에트닌 또한 이 훈련에 동참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뒤를 따라 나의 몸은 또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로 전해져 오는 가르시안의 마음이 익숙해진다. 조금씩 조금씩…그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동화되어가 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머뭇거렸다간 저 녀석은 서슴지 않고 자신이 시리안씨를 좋아한다는 것을 발설할 것이다. "흠흠…죄송합니다. 워낙 이 녀석들이 말을 안 듣는 터라." 세 사람은 문득 그런 그들을 보며 정확한 정보를 캐낼 수 있을지 의심이 들었다. 곧 길드 장은 자신의 옆에 붙어있는 녀석에게 무엇인가를 꺼내오라고 했다. 유독 특이한 복장을 입 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는 길드장의 오른팔 격인 듯했다. 그는 곧 창고에서 하나의 지도 비 슷한 것을 꺼내왔다.

덜컹 에스완은 여관 문을 박차고서 낑낑대며 하츠와 함께 시리안을 부축했다. 시리안은 괜히 자 신이 기운이 없어 두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듯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메시스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그런 그들의 뒤를 따라 여관에 들어왔고, 리카는 마냥 마을 에 온 것이 기쁜 표정이었다.

제3마군 마환전대는 언제나 그랬듯 공중에서 마법을 발현함과 동시에 부상자들을 치료했 고, 제7마군 데스나이트는 예전과 똑같은 전법으로 마물들의 진영에 커다란 구멍을 꿰뚫고 있었다. 까아앙! 마나가 실린 사풍은 방어막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사풍에 닿은 탄환은 팽글팽글 돌며 찢어지는 듯한 굉음을 내다 이내 힘을 잃고 사방으로 흩어져 내렸다.

절벽 위를 다 올라온 뒤, 나는 다시 몸을 날려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육지다. 비록 아직 금 단의 섬이었지만 육지다. 오랜만에 밟는 육지에 나는 감회가 새로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순간 어느 새 다가온 수십 명의 심판자가 나의 주위를 에워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