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메모리스트’ 유승호-이세영 등, 육감 만족 매력 폭발 반전의 ‘케미+연기 맛집’
오늘의소식830 20-03-30 22:59
본문
“이담이요?”
“그래, 이담 어디 있어?”
“그 녀석이야, 자기 연구실에 있는데…….”
“뭐야? 어디 간 거 아니었어?”
“그 녀석 뭔가에 몰입하면 거의 연구실 밖을 나오지 않아서요. 이번엔 제가 식사까지 챙겨주니까 더 심하더라고요!”
그래서 파워햄과 라혼은 연금술사 이담의 연구실로 갔다. 이담의 연구실엔 수염도 없이 하얀 얼굴에 볼에 홍조까지 있는 꼬마가 꼼지락거리며 뭔가를 그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폰 SE2 | 아이폰 SE2아이폰 SE2 | 아이폰 SE2
아이폰 SE2 | 아이폰 SE2
아이폰 SE2 | 아이폰 SE2
“크리스티나! 혹시…….”
“뭐…뭘?”
“수상해?”
크리스티나는 요 맹랑한 꼬마의 의심스런 눈초리에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나의 눈이 더욱 가늘어지게 할 뿐이었다.
아이폰 SE2 | 아이폰 SE2아이폰 SE2 | 아이폰 SE2
아이폰 SE2 | 아이폰 SE2
아이폰 SE2 | 아이폰 SE2
아이폰 SE2 | 아이폰 SE2
“우리 임무는 바다를 장악하는 거야!”
“하지만 기간테스 쉽 36척에 해병만 1만 7천, 이정도면 대군이잖아 게다가 우리 입장에서 해안선 전체가 우리의 진입로인데……?”
“해볼 만하겠어! 해적들처럼 움직이자는 말이지?”
“그래!”
그렇게 바이킹 형제들이 일을 만들 궁리를 할 때 함대의 탑 스텝에서 보고가 들어왔다.
아이폰 SE2 | 아이폰 SE2아이폰 SE2 | 아이폰 SE2
아이폰 SE2 | 아이폰 SE2
아이폰 SE2 | 아이폰 SE2
아이폰 SE2 | 아이폰 SE2
“포렌데 군단이요, 아니면 강화를 위한 사신단 이요?”
“글쎄올시다?”
도데 자작은 위저드 알바인의 태평한 반응에 답답함을 금치 못했다. 이런 자를 연락관으로 둔 총사령과 이그라혼 자작이 미워질 정도였다.
아이폰 SE2 | 아이폰 SE2아이폰 SE2 | 아이폰 SE2
아이폰 SE2 | 아이폰 SE2
아이폰 SE2 | 아이폰 SE2
“크윽! 내가 이겼어…….”
라혼도 무사하지 못했다. 라혼은 이미 폭주상태에 있었다. 라혼은 폭주로 붕괴하려하는 몸을 마지막 안간힘으로 붙잡고 있었을 뿐이었다. 무한(無限)의 검(劍)
, 인피니티 소드(Infinite sword)는 마나를 이용한 기술이 아니었다. 바로 에텔 스페이스(Ether space)를 검으로 삼아 발현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폭주하고 있는
마나는 전혀 발산되지 못하고 라혼의 내부를 붕괴시켜버린 것이다. 발산한다고 해서 붕괴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라혼은 아쉬운 눈으로 발록과 전투에서 발생한 엄청난 충격파에도 멀쩡한 마왕의 봉인구를 바라보았다. 아마 그것 주위에도 차원왜곡결계가이 있었던 모양이었
다.
발록이라는 강적과 혼신(魂神)의 힘을 다한 라혼은 심검(心劍)의 경지인 영인(靈刃) 소울 블레이드를 완성시켰고, 무한(無限)의 검(劍), 인피니티 소드(Infinite s
word)를 사용함으로써 소드 마그누스의 공검(空劍)의 경지를 엿보았다. 비록 그 경지에 발을 들여놓지는 못했지만 볼 수 있어다는 것 만으로도 후회는 없었다.
아이폰 SE2 | 아이폰 SE2아이폰 SE2 | 아이폰 SE2
아이폰 SE2 | 아이폰 SE2
내전기
“망할 놈의 도마뱀들 같으니라고 얌전히 굴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젠장, 무거운 엉덩이가 움직였으니 일이 쉽게 되지 않겠군.”
필레세르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일피메리토스는 두 강력한 존재의 출현으로 적잖이 당황했다. 일피메리토스의 입장에서 최소한 라혼이란 존재는 소멸시켜야만 진정한 마왕이되기 때문이었다.
아이폰 SE2 | 아이폰 SE2아이폰 SE2 | 아이폰 SE2
아이폰 SE2 | 아이폰 SE2
아이폰 SE2 | 아이폰 SE2
-꽈당!
그 시끄럽던 회의장에 거칠게 열린 문소리가 퍼지자 일순 고요한 바다처럼 조용해졌다. 문을 부셔져라 열고 들어온 해적이 선장들의 눈을 한 몸에 받으며 밖을 가리키며 외쳤다.
강무 라혼 [83 회] 2003-08-14 조회/추천 : 544 / 9 글자 크기 8 9 10 11 12
노예상인 로지
지금 ‘드래곤이 쉬는 산’이라는 여관엔 정확히 259명의 어린 노예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이제 겨우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매우(?) 활달하게 움직였다. 아무리 어린 노예들일망정 아이들의 싸움은 코피는 예사고 머리가 깨지는 경우까지 있었지만 라혼은 노예들을 그대로 두고 지켜보았다. 결국 노예들의 힘겨루기는 개중 나이가 가장 많았던 처음 노예상인 로지에게 산 노예들이 나서자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그리고 라혼은 나이가 가장 많은 8명 노예들을 백인장으로 임명했다. 노예들의 문제가 일단락되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겨 버렸다. 로지의 수완이 좋은지 아니면 진짜처치 곤란했는지 모르지만 바르바로이 노예들을 거의 1201명이나 모아왔다. 게다가 바르바로이 노예 구입했다가 뒤늦게 바르바로이 노예의 그 소문을 듣고 헐값에 되파는 사람들까지 있어 그 숫자는 점점 늘어 갔다. 그렇게 되자 라혼은 적잖이 당황했다. 바로 가지고 있는 금화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야? 왜 이렇게 많아? 돈이야 고룡의 드래곤 본을 팔면 되겠지만 숫자가 더 이상 늘어나면 그것도 곤란한데……. 에라! 이렇게 된 거 전부사주지 어차피 예니체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인데 많을수록 좋지 뭐!’
라혼은 노룩의 파샤대공 가(家)처럼 노예군단인 예니체리를 만들려고 생각 중이었다. 이들을 교육 시키려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들겠지만 자금은 유리장사로 해결하고 시간은 라혼에게 가장 풍부한 자산이었다. 예상대로 최소 500년에서 영원의 시간이 있거나 아니면 이대로 늙어간다고 해도 지금 몸의 상태로 봐서는 한 50년은 너끈히 살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노예시장이 열리고 호기심에 노예시장을 구경하다 어린 노예들을 보고 즉흥적으로 떠올린 계획이었지만 이미 실행중인 예니체리 계획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드래곤 본을 어떻게 처리해 현금을 마련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라혼은 노예들의 숫자가 많아지자 여관에 그들을 수용할 수 없어 레스시 북쪽 외곽에 임시로 천막을 치고 노예들을 수용했다. 그리고 감시하는 사람을 두지 않았지만 도망치는 노예는 얼마 없었다. 처음에 8명이 도망친 것이 전부였다.
라혼은 노예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기 위해 천막으로 된 노예 마을을 방문하여 노예들을 보면서 말했다.
“많기도 하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오딘의 자식들이 노예로 팔린 거야?”
“라혼나리 사실 노예로 팔린 바르바로이 전사들은 한 5천여 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르바로이들이 워낙 거칠고 주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생기자 너도나도 사들였던 바르바로이 노예들을 되파는 바람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죠. 전쟁의 포로로 잡아온 노예들은 주인이 임의로 자유를 줄 수도 없고 노예라고 함부로 죽일 수도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반품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닌지라 손해를 보면서 헐값에 넘기는 것이지요!”
“그런데 왜 이들이 여기까지 와서 파는 거지?”
“그건 바르바로이 노예라도 상관없이 사들이는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
“마고대륙의 마고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웨야드 공작령(領)에서 어떤 노예라도 사들이니까요.”
“그렇군.”
“그런데 바르바로이 노예를 더 사들일 생각이십니까?”
노예상인 로지는 라혼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라혼은 이미 될 수 있는 한 많은 노예를 구입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선선히 대답했다.
“자금은 걱정 말고 자네 능력 닿는 대로 구해봐! 그리고 자네 혹시 이일이 끝나고 할일은 있나? 만약 다른 계획이 없다면 나를 도와줬으면 하는데…….”
“예?”
로지는 갑작스런 이 젊은 사내의 제안에 약간 당황했다. 로지는 이 레스의 토박이로 이것저것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취급하는 영세상인 이었다. 그는 원칙적으로 노예상인이 아니었다. 그의 입장에서 이번 건의 어른에 근접하는 어린노예를 구입해 약간의 이문을 붙이고 판매하는 것도 사실 큰 모험이었다. 그런데 이 라혼이라는 호위기사까지 거느리고 있는 사람으로 인해 그로선 생전 처음 만져보는 거금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래서 이일이 끝나면 이 자금과 평소 자신을 도와주는 어르신에게 어마의 돈일 빌려 작은 가게를 열 생각이었다. 한데 이 라혼이라는 귀족이 자신을 고용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로지로써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것보다 이 사람을 따라가는 것이 훨씬 이익인 셈이다. 하지만 자신은 이 레스를 떠날 수가 없었다. 로지에게는 부양할 가족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라혼은 망설이는 오라를 풍기는 로지에게 은근한 말투로 물었다.
“왜 걸리는 것이라도 있는 것이 있나?”
“…….”
로지는 라혼의 물음에 결심한 듯 단호히 말했다.
“예, 실은 제게는 부양할 가족이 많습니다.”
“그건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나? 보수는 충분히 주겠네.”
“사실은 그녀는 제 아내 노예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이 도시를 떠날 수가 없습니다. 저도 그녀가 있는 이 도시를 떠날 수가 없고요.”
“누구의 노예지? 노예라면 그녀를 사면되지 않나?”
“예, 그것이 제니는 레스의 대상인인 레이프의 소유인데 그는 그녀를 풀어주려 하지 않을 겁니다.”
“흐음~!”
라혼은 솔직히 이 로지라는 중년사내가 탐이 났다. 그것은 라혼이 그냥 지나친 노예들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식량과 기타 물자를 바로 그가 챙겨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라혼은 노룩에서 예니체리들의 보급을 책임 진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 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귀찮은 일을 따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그가 대신 챙겨준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 물품내역을 적어온 것을 보니 실물가보다 훨씬 싸게 구입했고 그것을 그대로 자신에게 청구한 것이다. 라혼은 그 레이프라는 상인을 만나보기로 했다.
“그럼 만약 자네 아내를 찾아주면 내일을 도와주겠나?”
“예, 그렇다면야 걸릴게 없지만 레이스는 절대 아내를 넘겨주지 않을 겁니다.”
“왜?”
“그것이…….”
로지의 아내인 제니는 뛰어난 미인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도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요리솜씨가 무척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녀의 요리를 맛본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사려 했지만 대상인인 레이스의 소유가 된 뒤로 그 누구도 그녀를 살 수가 없게 되었다. 레이스는 공공연하게 그녀가 만든 요리가 아니면 식사를 하지 못할 정도가 되어버렸다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드그람 제국의 원로원 의원 하나가 그녀의 요리솜씨에 반해 레이스에게 1만 골드를 제시했지만 거절당한 이야기는 이 레스에서 이야기꺼리 조차 되지 못했다.
라혼은 로지의 이야기에 설마 하는 기분이 들었다. 보통 잠자리 시중을 위해 팔리는 노예의 평균가격이 200~300 골드정도고 아무리 아름다운 미녀일지라도 5천 골드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무려 1만 골드의 노예라면 이미 노예가 아니었다.
“로지 자네는 아주 굉장한 여자를 아내로 두었군.”
“…….”
“일단 가격이 맞으면 되는대로 노예들을 구입하도록 해.”
라혼은 자신이 아내를 칭찬하자 어색한 미소를 짓는 로지에게 당부를 하고 레이스를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라혼은 가이우스 라혼 이븐 사자비에 폰 인시드로우라는 긴 이름으로 레스의 대상인 레이스에게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레스 시에서 운송업, 여관, 골동품 등의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맞기고 자신은 오직 골동품만을 거래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골동품은 자신의 유일한 취미였고 골동품이란 것이 웬만한 관록 없이는 손해 보기 딱 좋은 사업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라혼은 레이스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고 느긋하게 그의 초대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제 막 마나를 느끼기 시작한 벡터의 수련을 도와주며 사흘이라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동안 로지는 라혼의 지시에 따라 이제 총1845명이나 되는 노예들이 그란까지 이동할 때 먹을 식량과 물품, 그리고 그것들을 실어 나를 마차와 말을 준비하느라 눈곱 뗄 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 그러던 중 드디어 레이스가 라혼에게 저녁식사 초대장을 보내왔다. 그 초대장을 받아든 순간 라혼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라혼은 그동안 레이스와 그의 아들들이 운영하는 장사에 대해 약간의 조사를 해보았다. 그는 생각보다 더 거물 상인이었다. 그는 이 레스뿐만 아니라 제국 전체에 이름난 거상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시드그람 제국의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인시드로우 공의 후계자인 라혼에 대해서 모를 리가 없다. 모르긴 몰라도 라혼이 인시드로우를 나서서 레스에 들어온 사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설혹 관심이 없어 몰랐다 하더라도 정식으로 그 긴 이름까지 적어 넣은 편지를 받고도 자신을 사흘이나 방치한 것은 뭔가 문제가 있었다. 그가 라혼을 무시하거나, 시험하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거나 셋 중 하나였다. 그러나 라혼은 마지막 가능성보다 두 번째 가능성에 대해 무게 중심을 두었다.
“만나보면 알겠지…….”
라혼은 낮게 중얼거리고 이내 벡터와 함께 여관을 나섰다. 여관밖에는 초대장을 가지고온 레이스의 하인들이 마차와 함께 지금껏 기다리고 있었다. 라혼과 벡터는 그 마차에 올라타 레이스의 장원으로 이동했다.
레이스의 장원은 사자비에 성(城)보다 그 규모가 큰 듯 했지만 인시드로우 공의 성격상 사자비에 성은 별로 큰 규모가 아닌 것을 생각해볼 때 거상(巨商)이라는 그의 명성과는 달리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이었다. 내부로 들어선 라혼은 장원 안을 장식하고 있는 미술품들과 골동품의 가격을 임의로 매겨보고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라혼은 비록 미술품의 가격을 몰랐지만 웬만한 골동품의 가격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인시드로우는 과거 파 제국의 영토였고 파 제국의 골동품은 비너시드 상인의 주거래 품목이기에 그에 대한 것은 듣는 것은 인시드로우에서는 생활이었다. 물론 라혼은 유리와 그 외 품목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어째든 라혼은 정원에 아무러케나 놓여진 저 파 제국의 전쟁의 신상(神像)이 얼마짜리인줄 잘 알고 있었다. 가짜가 아니라면 못해도 8000골드는 넘을 것이다. 그런데 가격은 모르겠지만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거의 3보에 하나씩 있었다. 그리고 미술품과 골동품들은 저택 안에서 더욱 다양한 물건들이 장식하고 있었다.
라혼은 흥미로운 그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미술품들을 감상하며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에서는 레이스에게 저녁초대를 받은 레스 시의 유력자들이 포도주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서 오시오! 인시드로우 소공자, 나는 레스의 참주 다리스 데 피로트라고 하오!”
“가이우스 라혼 이븐 사자비에 폰 인시드로우입니다.”
“초치 상회의 초륜 델리스요!”
“레스 민회의 의장 테르네요!”
“…….”
“…….”
라혼은 거실의 모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어야 했다. 모두 이 도시의 유력자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늙수그레한 괴팍한 인상의 노인이 자기소개를 했다.
“클클클……. 나는 레이스 라이러일세 그래 날 보자고 한 이유가 뭔가?”
“……?!”
라혼은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이 괴팍해 보이는 노인이 만만치 않음을 느꼈다. 라혼은 약간 당황했지만 즉흥적인 계획이 떠올랐다.
‘만만찮은 노인네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저렇게 묻다니 이건 나와는 거래하기 싫다는 뜻이잖아. 골동품에 환장한 노인네 같으니 아공간에 통째로 들어있는 카마르게나에서 적당한 것을 골라서…….’
라혼은 레이스 노인의 물음에 답했다.
“제가 노예들을 구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예산이 초과 되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레이스 씨에게 편지를 보낸 겁니다.”
“그러니까 ‘돈을 빌려 달라’는 그 말인가?”
“아니요! 저는 그것보다 거래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거래? 무얼 말인가?”
“아니? 저는 레이스 씨가 레스에서 아니 제국 내에서도 가장 크게 골동품을 거래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까?”
레이스는 라혼의 반문에 오히려 당황했다. 이것은 자기가 완전히 헛다리짚은 경우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레이스는 이미 라혼이 인시드로우의 주도 비너시드에 유리를 거래하기 위한 커다란 창고를 만들고 비너시드 전체의 특산품을 재고를 사들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본이 하마드 상회의 하마드 형제가 대주었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이 레스에서 난데없이 노예를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충 계산해본결과 이 인시드로우 소공자의 주머니는 비어 파산상태가 된 것을 짐작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아무리 봐도 이유가 뻔했다. 그래서 곧바로 만나주지 않고 사흘 동안 애를 태운 후 지금에서야 그를 초대 한 것이다. 그런데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거래를 위해 왔다니…….
“클클클, 내가 실수를 했구먼. 그래 이 늙은이의 귀가 솔깃한 물건이라도 가지고 왔는가?”
라혼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혹시 카마르게나라고 아십니까?”
“카…카마르게나!”
강무 라혼 [84 회] 2003-08-15 조회/추천 : 574 / 12 글자 크기 8 9 10 11 12
노예상인 로지
레이스 노인의 세상을 달관하는 듯한 반개한 눈이 온전하게 떠졌다. 라혼은 레이스의 동요하는 모습을 보며 품속에 손을 넣어 아공간(我空間)의 카마르게나 시에서 루비를 통째로 세공한 루비 잔을 꺼냈다. 그리고 라혼은 자신이 매우 부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카마르게나라는 고대의 부유했던 도시 안에는 카마르게나의 대 마도사들이 쓰던 물건들이 그대로 있었고 보물창고에도 금화와 보석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바로 이 루비 잔을 찾으면서 알아낸 사실이었다.
“헉! 그건…….”
“어? 이건 아니군요!”
라혼은 놀라는 레이스 노인의 반응을 살피며 루비를 통째로 세공한 루비 잔을 다시 집어넣고 보석이 장식된 황금 찻잔 세트를 꺼냈다. 하지만 이미 루비 잔을 봐버린 레이스는 이 보석이 장식된 황금 찻잔 세트도 굉장한 물건이지만 살짝 보인 루비 잔에 온 정신을 빼앗겼다.
“어떻습니까? 제가 우연히 구할 수 있었던 카마르게나의 유물입니다. 여기 보석으로 장식된 것은 바로 고대 마도왕국 카마르게나 도시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죠!”
“마…맞네! 틀림없는 카마르게나의 유물일세!”
“그럼 가격은…….”
“그…그것은 나중에 천천히 얘기하세 일단 저녁식사부터 하는 것이 어떤가?”
“…….”
라혼과 레이스의 대화를 흥미롭게 듣고 있던 유력자들은 라혼이 꺼내놓은 보석이 장식된 황금 찻잔 세트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레이스는 행여나 이들이 거래에 끼어들까봐 말을 돌리며 사람들을 식당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이들을 초대한 것을 가슴을 치며 후회했다. 카마르게나의 유물은 그 희귀성이 다른 고대 왕국보다 훨씬 높았다. 단순한 부적일지라도 카마르게나의 유물이란 것이 증명되면 부르는 것이 값인데 라혼이 꺼ㄴ놓은 이것은 그 가치가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 아까 인시드로우 소공자가 잠깐 꺼내다 집어넣은 루비를 통째로 세공한 루비 잔은 값이 얼마나 하든지 꼭 가지고 싶은 물건이었다.
“음~! 아주 맛있군요! 소문은 들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역시 1만 골드의 솜씨답습니다.”
“그…그런가?”
이제 상황은 역전이 되었다. 원래 레이스의 계획대로 라면 파산지경에 직면한 인시드로우 소공자를 안달복달하게 만들어 인시드로우 지역의 상권을 얻어내려 했다. 한데 이제는 오히려 인시드로우 소공자가 레이스가 반할만 한 물건을 제시해 레이스가 오히려 안달복달했다. 아닌 척 하려고 했지만 레이스 노인의 눈은 인시드로우 소곤자의 가슴 쪽을 계속 힐끔거리고 있었다.
“사자비에 경, 이 물건만 거래하려고 온 것입니까?”
식사시간이 끝나고 자리를 옮겨 차를 마시며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초치 상회의 초륜 델리스가 조심스럽게 라혼에게 물었다. 라혼은 초륜이라는 상인이 무얼 묻는지 알 수 있었다. 바로 ‘다른 물건은 없냐? 있다면 내게도 기회를 줄 수 없겠느냐?’라는 뜻이 담긴 물음이었다. 라혼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넌지시 말했다.
“이것 말고도 몇 가지 더 있습니다. 하지만 급하게 현금이 필요해서 일단 한 가지만 보여드린 겁니다. 제가 가장 아끼는 물건하나를 보여드리죠!”
-오! 오~!
라혼은 아까 전에 잠깐 꺼내어 보여주었던 루비를 통째로 깎아 만든 잔과 사파이어를 통째로 깎아 만든 잔을 아공간(我空間)에서 꺼냈다.
“이건은 마법 물품입니다. 루비 잔은 따뜻하게 사파이어 잔은 차갑게 만드는 효과가 있고 공통적으로 해독기능이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아니라도 예술적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물건입니다. 특히 이렇게 들고 빛이 산란되는 것을 보면 무척 아름답죠!”
어른 주먹만한 크기의 서로 대칭이 되는 두개의 잔은 그것만으로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혼을 빼놓기 충분했다. 그렇게 차까지 다 마시고 밤이 깊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라혼은 레이스 노인이 말없이 내어준 황금 잔을 판대가인 10만 골드를 가지고 거처로 삼고 있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10만 골드라는 액수는 골동품하나의 가격치고는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였다. 금화가 가득 든 커다란 상자 10개를 실은 마차는 제법 육중한 중량감을 가지고 가도를 굴러갔다.
‘5만 골드를 부르려 했는데 10만을 내놓다니 역시 만만치 않은 노인네군.’
라혼은 묵직한 금화가 든 상자들를 아공간(我空間)에 넣고 투덜거렸다. 이것은 레이스 노인이 나머지 카마르게나의 유물도 자기 것이라고 못을 박아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라혼은 아공간(我空間)안 카마르게나에서 적당한 크기의 보물들을 찾아놓았다.
---------------
아침이 밝았다. 라혼과 벡터는 오늘도 검을 휘두르며 아침을 맞았다. 수련을 끝내고 갓 구운 호밀 빵과 따듯한 우유로 아침식사를 하자 평소와 같이 로지가 어제 사들인 노예의 명단을 가지고 찾아왔다.
“어제는 12명의 노예를 구입했습니다. 2명은 어린 노예고 8명은 바르바로이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2명은 손과 다리를 쓰지 못하는 노예입니다. 괜찮겠습니까?”
“괜찮아! 팔다리 하나 없는 것 같은 건 상관하지 말고 구입에 단, 비싸게 주지는 말고.”
“예, 그리고 자금이…….”
“자네 신용이 꽤 좋은 모양이군. 외상이 한 1천 골드정도 되지?”
“예, 그렇습니다.”
라혼은 멋졌게 웃는 로지를 뒤로하고 2층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아공간(我空間)에서 1만 골드의 금화가 들어있는 상자를 꺼내 들고 내려왔다. 아공간(我空間)의 모습을 남한테 보이기가 싫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이 본 다해도 속임수 마술같이 없던 물건이 생겨나는 정도 밖에 인하지 못하겠지만…….
“1만 골드다. 이제는 혼자서 다니지 말고 도와줄 사람을 구해서 같이 일하도록하고 노예들도 일을 시켜.”
“이미 그러고 있습니다.”
“좋아 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로지가 금화를 받아들고 외상값을 갚으러 간 사이 레이스가 직접 찾아왔다.
“어제는 어땠는가?”
“식사얘기라면 아주 맛있는 요리였습니다.”
“그랬나?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나저나 자네가 가지고 왔다던 카마르게나의 유물이나 구경 좀 하세.”
“잠시 기다리시지요!”
라혼은 역시 방으로 올라가 적당한 상자에 미리 찾아놓은 카마르게나의 보물을 담아 식당으로 내려왔다. 이여관은 노예들을 구입할 때부터 이미 라혼이 전세 내다시피 하여 점심시간임에도 식당에는 라혼과 벡터 그리고 손님인 레이스와 그를 수행하는 사람은 밖에는 없었다. 라혼은 테이블 위에 카마르게나의 보물들을 늘어놓았다. 총 8세트 15점의 유물이었다. 은 접시, 청동 촛대, 시약을 담았던 수정 병 등 대부분 마법연구에 필요한 물품둘이 대부분으로 역시 마도왕국 카마르게나의 유물다웠다.
“자 이제 거래를 시작하죠! 저는 전부 20만 골드는 받아야 갰습니다. 이미 10만 골드는 받았으니 나머지는 10만 골드를 주시면 됩니다.”
“아…아니 잠깐 어제 그 루비와 사파이어 잔은 거래 안하는 건가?”
“그건 팔지 않습니다.”
“…….”
레이스 노인은 반개한 눈을 더욱 지그시 감으며 뭔가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라혼에게 제안을 했다.
“그것과 같이 넘긴다면 20만 골드를 더 주지! 어떤가?”
-씨익.
“그것은 팔지 않습니다.”
“35만 더 이상은 안돼!”
“…….”
“…….”
라혼은 35만이라는 액수에 눈이 휘둥그레 해질 정도였지만 돈은 포기하고 살살 미끼에 입질하는 물고기를 잡는 심정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이상 금화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어제 저녁에 먹었던 요리를 한 그 유명한 1만 골드의 요리하는 노예를 넘기십시오! 그럼 15만 골드만 더 받겠습니다. 아니면 그냥 10만 골드만 더 내시던가요!”
“좋아! 지금 당장 데려오지. 러몬! 가서 제니를 데려와라!”
“예, 어르신”
레이스는 하인에게 심부름을 시킨 후 그제야 라혼이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유물들을 꼼꼼하게 감정하기 시작했다.
“대단하군, 대단해 이렇게 완벽한 보존 상태라니 카마르게나 출신의 마도사가 은거하던 던젼이라도 발견한 모양이군.”
레이스는 유물들을 감정하면서 대단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하나같이 대대로 물려줄 가보의 가치를 하고 있는 물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루비와 사파이어 잔에 온 정신을 빼앗겨 이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이제 그것은 곧 자신의 소유가 되었다고 생각한 때문인지 다시 한번 이 보물들을 감상했다. 그렇게 늙은 레이스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카마르게나의 유물들을 보고 또 보았다.
“어르신! 제나를 데려 왔습니다.”
“주인님!”
라혼은 제나라는 1만 골드의 요리사를 보고 요리사답다는 생각을 했다. 제나는 평범한 갈색머리에 통통한 체구의 중년 아줌마였다. 아니 나이는 그렇게 먹지 않은 것 같지만 뚱뚱해서인지 나이가 들어보였다. 평소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그녀는 지금 매우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제나 너는 이제 이 분을 따라가도록 해라!”
“예? 하지만…….”
송아지 같은 큰 제나의 눈에서 곧이라도 눈물이 흘러나올 듯 했지만 레이스는 그것을 무시하고 라혼에게 물건을 내놓으라고 재촉했다.
“자 이제 나는 약속을 지켰으니 자네도 약속을 지켜야지?”
“정말로 데려오시다니 제가 졌군요! 자 여기 있습니다.”
“15만 골드의 금화는 밖에 마차에 있네. 마차는 덤으로 주지!”
“안녕이 가십시오!”
강무 라혼 [85 회] 2003-08-15 조회/추천 : 51 / 0 글자 크기 8 9 10 11 12
예니체리
레스의 대상인인 레이스는 도망치듯이 여관을 빠져나와 머릿속에서 주판을 튕기고 희희낙락하며 자신의 장원으로 돌아갔다. 인시드로우 소공자에게서 총 25만 골드에 산 카마르게나의 보물은 레이스의 장사 수완이면 40만 골드는 받을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그리고 계산에는 아예 포함 시키지 않은 이 루비와 사파이어로 된 잔은 볼 때마다 황홀했다. 하지만 그는 알까? 루비와 사파이어로 된 잔은 라혼의 아공간(我空間)의 보물창고의 물건들 중 하나였다는 것을…….
라혼은 거의 쓰러질 것 같이 창백한 표정의 제니를 보며 어찌할까 고민을 했다. 곧 죽을 것 같은 표정의 그녀를 놀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구차하게 설명하는 것도 귀찮았다. 라혼은 결국 이제 곧 로지가 오면 금방 해결될 일이니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마스터!”
“왜?”
“10만 골드의 미녀치고는 너무 푸짐한 것 아닙니까?”
“……!”
지금껏 옆에 서서 거래하는 것을 지켜본 벡터가 라혼에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아리송한 질문을 했다. 라혼은 너도 그런 말을 할 줄 아냐고 말하려다 너무 진진한 표정으로 묻는 벡터의 얼굴을 보고 뭐라고 해야 할지 말을 잊었다. 그리고 결국 평범한 대답을 해주었다.
“오늘 저녁식사를 기다리면 그 이유를 알게 될 거야!”
“…….”
---------------------------------------------------
여관의 식당에 홀로 덩그러니 남은 제니는 소리죽여 흐느꼈다. 그녀의 남편은 노예가 아닌 레스의 상인이었다. 거의 5년 동안 사랑을 키워오다 남편이 자신의 몸값을 마련해 레스의 대상인인 레이스에게서 자신을 사려고 했지만 제국의 원로원 의원이 제시한 1만 골드를 거절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남편과의 사랑은 깨어져 버릴 뻔 했다. 하지만 어찌어찌하여 주인인 레이스는 제나의 결혼을 허락했고 제나는 노예인 신분인체 남편과 결혼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이까지 낳아 불안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살고 있는데 레이스 노인이 죽기 전까지는 절대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고 있었고 레이스 노인도 유언에 제나를 해방노예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까지 했었다. 그런데 오늘 주방에서 일하다 말고 끌려와 누군지도 모를 젊은 귀족에게 팔려버린 것이다. 그럼 제나는 사랑하는 남편과 두 아이와 작별인사도 하지 못하고 해어져 버린 것이다. 이제 다만 남편이 이 소식을 듣고 찾아와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봤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로지는 이제 그 구성원이 2145명이 된 노예마을에 식료품과 의약품, 옷 등을 지급하고 이들이 제도(帝都) 그란까지 이동하면서 쓰게 될 물품을 실을 마차와 말을 구했다. 교통의 요지인 레스는 말과 마차는 다른 도시보다 쉽게 구할 수 있다. 로지는 일을 마무리하고 고용주가 머무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로지의 젊고 잘생긴 고용주는 여관의 식당에서 그의 호위기사와 함께 체스를 두고 있었다.
“돌아왔습니다. 나리!”
“로지 어서와! 언제 떠날 수 있지?”
“사흘 후면 떠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자네도 준비하도록 해!”
“하지만 저는…….”
“여보!”
로지는 주방 쪽에서 자신을 부르는 아내의 목소리에 어리둥절했다.
“레이스 영감에게서 그녀를 샀다. 이제 날 돕지 못할 다른 이유는 없겠지?”
“예! 없습니다. 이제 나는 당신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하겠습니다. 크흐흐흑~!”
라혼은 아내를 부둥켜안고 멈출 줄 모르는 로지의 눈물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체스 말을 옮기며 말했다.
“내일 마(馬)시장에 가서 말 1천 마리 정도 확보하도록 해! 그리고 마차도 노예들을 모두 태울 만큼 사들이고 그리고 무기도 창과 검을 섞어 바르바로이 노예 숫자만큼 구해, 그란으로 출발하는 시간이 늦어져도 상관없으니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일을 해!”
“예, 알겠습니다. 마스터!”
“오늘부터 여기로 거처를 옮겨 일단 자네의 지위는 나의 집사다.”
“예, 마스터”
라혼은 벡터가 실수로 킹을 보호하던 폰을 움직이자 퀸으로 장군을 불렀다.
“체크 메이트! 봐 주고 싶지만 할일이 있어!”
“…….”
외통수였다. 한 순간의 실수로 다 이긴 판을 놓친 벡터는 아쉬워하는 기색을 역력히 들어내며 체스 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라혼은 아직 해가 많이 남은 것을 확인하고 레스 북쪽 성문을 나섰다. 북문을 나서 어느 정도 더 북쪽으로 가도(街道)를 따라 가면 넓은 공터에 라혼이 사들인 2천여 명의 노예들이 임시로 천막을 처 마을을 이룬 곳이 나온다. 라혼이 말을 몰고 나타나자 노예들은 저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들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벡터 노예들을 한곳에 모아봐!”
“예, 마스터!”
벡터는 주군의 명령에 따라 호통을 치며 노예들을 한곳에 모았다. 하지만 노예들의 움직임은 굼뜨기 이를 데 없었다. 벡터가 한참은 고함치며 돌아다니고서야 겨우 한곳에 모울 수 있었다. 라혼은 엉성하게 한곳에 모여 있는 노예들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휴~우! 이놈들을 언제 정예 예니체리를 만들지?’
라혼은 속마음과 달리 겉으로는 대지를 위압하는 압박하는 기운을 흘리며 노예들에게 명령했다.
“오딘의 자식은 이쪽으로 나와라!”
-웅성~! 웅성~!
라혼이 흘리는 기세에 눌려 고요했던 노예들이 ‘오딘의 자식’이라는 표현에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천천히 대부분의 어른 노예들이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10열종대로 정렬한다. 벡터!”
“10명씩 서라! 뭐하는 거야 빨리빨리 못해! 너, 숫자도 몰라 여기는 11명이잖아!”
역시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겨우겨우 10열종대로 정렬하게 만들었다. 엉성한 줄이었지만 숫자파악이 아까보다 수월했다.
“모두 1613명이라 많이도 모아났군! 너희들 중 최 선임자가 누구냐?”
“…….”
“…….”
라혼의 물음에 바르바로이 노예들은 일제히 한곳을 바라보았다. 라혼은 노예들이 바라보는 바르바로이 노예와 눈을 맞추고 그를 불러냈다.
“너 나와라!”
“…….”
그는 오딘의 전사답게 전신이 터질 듯한 구릿빛 근육을 지닌 잘 단련된 전사였다.
“네 이름이 뭐냐?”
“바로이!”
“좋다! 바로이 너는 어쩌다 시드그람 제국에 포로로 잡혀 노예 신세가 되었나?”
“……?”
바로이라고 불린 오딘의 전사는 라혼의 뜻을 몰라 망설이다 자기를 산 주인의 재촉하는 눈빛에 순순히 털어놓았다. 숨겨야하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가렉족의 전사로 적과 싸우다 포로가 되어 패배자로써 노예로 팔렸을 뿐이오! 여기 있는 모든 전사들도 힘이 부족해 노예로 팔렸소!”
“뭐, 좋아! 이제부터는 너희들은 나의 종자다!”
“…….”
“…….”
라혼의 말에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아 버렸다. 하지만 라혼은 그들이 왜 그러는지 잘 알고 있었다. 라혼은 말에서 내려 바로이 앞에 서서 외쳤다.
“명예로운 아니 명예로웠던 전사로써 치욕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덤벼라! 너희들의 주인의 힘을 보여주마!”
“마스터!”
“벡터 너는 상관하지 마라 이것이 바르바로이의 주인을 인정하는 의식일 뿐이니까. 바로이 어서 덤벼라 내 주인이 된 자를 시험해보고 싶지 않은가?”
“조심하시오!”
-이야~압!
바로이는 라혼의 말에 망설임 없이 라혼을 덮쳤다. 양팔을 벌리고 기합 성을 지르며 마치 라혼을 껴안듯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라혼이 움직임을 보이자 바로이의 몸이 되 튕겨나갔다.
-퍽!
-크흑!
-휘익, 쿵!
라혼의 록 스트라이커였다.
“뭐야? 이게 오딘의 전사인가? 한심하군. 다음은 누구냐?”
“록슬족의 만티 이야~압!”
라혼이 다음상대를 부르자마자 또 새로운 도전자가 나섰다. 라혼은 입술을 비틀며 호기롭게 말했다.
“와~라!”
-텅!
-퍽!
달려드는 전사의 목 아래 윗 가슴을 팔뚝으로 후려쳐 전사는 허공에서 몸을 한바퀴 도는 재주(?)를 부리며 땅바닥에 호쾌하게 떨어졌다.
“다음!”
“록슬족의 록스썬!”
-퍽!
“컥!”
라혼은 세 번째로 나선 전사를 발차기 한방으로 날려 보낸 후 외쳤다.
“뭐야 이거, 꼭 젖먹이 꼬마와 싸우는 것 같잖아! 이러 놈들이니 허약한 제국의 군단과 싸워서 노예로 팔리지…….”
“…….”
라혼이 그들의 자존심을 긁는 말을 하자 바르바로이 노예들의 눈에서 분노어린 살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라혼은 입술을 비틀며 그들에게 걸어갔고 벡터는 바르바로이 노예들에게서 살기를 읽고 라혼을 호위하듯 따라붙었다.
“그런 눈으로 보면 어쩔 건데? 감이 주인을 그런 눈으로 보다니 각오는 되 있겠지!”
“마스터…….”
“불손한 노예는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흉흉해지는 노예들의 기세에 벡터는 긴장하며 주군인 라혼을 만류하려 했지만 라혼은 무정하게도 그의 말을 끊으며 성난 노예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이런!”
“벡터 무기는 사용금지다. 이놈들은 비싼 놈들이라고…….”
-퍽~!
-죽여! 죽여 버려~!
-와~!
라혼이 벡터에게 무기사용 금지 명령을 내리고 1천 6백여 명의 전(前) 오딘의 전사들 사이로 뛰어들어 처음 걸린 불쌍한 사내의 안면을 깨놓자 피를 보고 흥분한 전(前) 오딘의 전사들은 라혼과 벡터에게 달려들었다. 두 명의 기사와 1600명의 전사가 맞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우와~!”
“비켜!”
“마스터…어딜!”
“잡았다! 컥! 카울~!”
라혼의 아라한 격투술에 당한 전사들은 라혼에게 집어던져져 인간 포탄이 되어 동료들과 같이 땅을 뒹굴었다. 라혼의 그 덩치에 맞지 않는 어마어마한 힘으로 거친 바르바로이 전사들을 공깃돌처럼 다루며 휩쓰는 사이 벡터도 몰려드는 바르바로이들을 때려눕히면서 그 주먹다짐 자체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주군의 안전에는 별 문제가 없어보이자 더욱 안심하고 싸움 그 자체에 빠져들었다.
1600여명의 바르바로이 노예들이 주인에게 맞는 모습을 구경하는 나머지 나이어린 노예들과 소수의 불구노예들은 그 광경을 보며 입이 딱 벌어졌다. 단, 2인의 기사에게 건장한 시드그람 사람들보다 더 덩치가 큰 사내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거친 기사중하나가 자신들의 주인이라는 사실에 시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생각의 정리가 되지 않았다.
강무 라혼 [86 회] 2003-08-15 조회/추천 : 1066 / 19 글자 크기 8 9 10 11 12
예니체리
-아우~!
-어~.
레스 북쪽외곽 노예들이 모인 천막촌의 공터에 스러져있는 바르바로이 노예들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헉헉헉헉……. 흠~후~. 흠~후~!”
그리고 거침 숨을 몰아쉬며 서있는 나이트 벡터의 몰골도 서있다 뿐이지 땅위에 뻗어있는 그들과 다를 바 없었다.
“벡터 숨을 그렇게 쉬지 말고 마나를 이용해봐!”
“헥헉…예, 마스터…….”
라혼은 숨을 다스리는 벡터를 보고 아직도 일어서지 않는 노예들에게 말했다.
“전부 일어서라.”
-아우
-에고~!
노예들이 신음을 흘리며 전부 일어서 정렬을 마치자 라혼의 연설이 시작됐다.
“너희들은 이그라혼에 대해서 아는가?”
“……!”
오딘의 자식이었던 바르바로이 노예들이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 단지 이 제국에서 그 이름을 듣는 것이 생소할 뿐이었다.
“내가 그 이그라혼이다!”
“……?”
“하지만 보덴은 거인이라고 하던데…….”
라혼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자 바로이가 중얼거렸다. 라혼은 그 질문에 공간을 위압하는 기세로 노예들을 위압하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난 라혼 오딘의 자식들이 보덴이라는 칭호와 이그라혼이라는 이름을 받은 자다. 믿고 안 믿고는 내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종자로 삼은 전사들이 아직도 내 실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지!”
“…….”
바르바로이 노예들은 라혼에게서 뿜어 나오는 무지막지한 기세에 눌려 자신들도 모르게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내 이름을 걸고 당신께 충성하겠습니다!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맹세합니다. 당신에게 충성을……!
바르바로이 노예들은 저마다의 의식으로 라혼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렇게 종자(從者)될 것을 맹세하자 그들은 자신의 신세에 대해서 잃고 이미 잃어버린 명예가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이그라혼’이라는 이름은 자신들을 오딘의 자식 중 가장 명예로운 자로 만들어 주기 충분했다.
-이그라혼에게 영광이~!
-이그라혼에게 영광이~!
-영광의 이그라혼~!
-영광의 이그라혼~!
-와아~!
-와아~!
이들의 모습은 지금껏 옆에서 구경하던 어린노예들의 심장에 감격의 모습으로 각인되었다. 라혼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어린 노예들이게도 말을 했다.
“너희들도 들어라! 나는 너희들에게 일을 시키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너희들에게 전사가 될 기회를 주겠다. 현자가 될 기회도 주겠다. 배워라! 익혀라! 너희는 저들이 열광하는 이그라혼의 예니체리다. 너희들에게도 이그라혼의 이름은 명예가 되고 영광이 될 것이다.”
-와~! 이그라혼!
어린 노예들인 이미 호쾌한 자신들의 주인의 모습에 흥분할 대로 흥분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명예와 영광이라는 노예와 전혀 상관없는 말은 그런 그들의 심장에 꼽혀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목이 터져라 ‘이그라혼’을 외쳤다.
-------------------------------------------
구입한 노예들을 자신에 대한 광신자(?) 집단으로 만든 라혼은 조직을 구성했다. 바르바로이 80에 어린 노예 20, 약 백 명 수준으로 백인대를 조직하고 리더는 알아서 자체적으로 뽑도록 했다. 그리고 바로이에게 천인대장의 지위를 주고 싸워본 결과 가장 완력이 강한 만티에게도 천인대장의 지위를 주었다. 이로써 대충 조직을 만든 라혼은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한 시간에야 거처로 삼은 여관으로 돌아왔다. 여관에는 못 보던 꼬마 둘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엄마! 오빠가 막 뛰어다녀요!”
“너어, 치사하게 엄마한테 이르냐?”
“빨리 내놓으란 말이야!”
“싫어 내가 먼저 찾은 거야!”
“어?”
“…….”
두 남매는 여관의 식당으로 들어서는 두 사내를 보고 호기심에 눈을 반짝였다. 그들의 눈에 지금 여관으로 들어서는 여기저기 찢겨진 지저분한 옷을 입고 먼지와 땀이 범벅이 되고 그중하나는 얼굴이 긁히고 멍든 낭패한 모습이어서 허리에 찬 검만 아니라면 부랑자와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저 여기는 지금 손님 받지 않는데요! 저희 마스터가 여기를 전세 냈데요.”
“넌 이름이 뭐냐?”
“해리요!”
“전 이나에요!”
“해리, 이나 누구니? 손님이니?”
넉넉한 풍채의 제나가 주방에서 나왔다. 밑 준비를 마치고 잠깐 아이들을 보기위해 올라온 제나가 비로서 라혼과 벡터를 발견한 것이다.
“어머! 주인님! 돌아오셨군요!”
“로지의 아이들인가?”
“예.”
두 남매는 이 후줄근한 아저씨들이 자신들의 마스터임을 알자 부끄러워 엄마인 제나 뒤에 숨어 눈만 빠끔히 내놓았다.
“몇 살이지?”
“예? 예에, 아들 해리는 9살이고 딸 이나는 7살이랍니다.”
“9살이라… 벡터! 너도 시종하나 필요하지 않나?”
“예?”
“저기 해리 말이야. 아직은 이르지만 자네의 시종으로 삼기 적당한데 어떤가?”
나이트 벡터는 주군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시종으로 삼으란 말은 그 아이를 가르치란 말이었다. 그래서 벡터는 다시 한번 해리라는 꼬마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홉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다른 아이보다 덩치가 커보였다. 라혼은 벡터가 해리라는 꼬마를 관찰하는 것을 보고 해리에게 물었다.
“해리 너는 기사의 시종이 되고 싶지 않으냐?”
“예! 되고 싶어요! 그럼 나중에 기사가 될 수 있는 거죠?”
“네가 그런걸 아느냐?”
“예, 알아요! 사악한 드래곤과 싸우고 마왕을 물리친 기사들도 처음에는 전설의 기사의 시종이었다고요! 책에서 읽었어요!”
“글자를 읽을 줄 아는 모양이구나?”
“예 아버지가 가르쳐 주셨어요!”
라혼은 아이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며 벡터에게 시선을 돌렸다. 라혼과 시선이 마주친 벡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한 아이입니다. 제 시종으로 삼죠.”
“마스터!”
“마스터라 하하 이거 어색하군.”
해리는 어린아이답지 않게 벡터에게 ‘마스터’라고 불렀다. 벡터는 어색한지 연신 ‘허허’댔지만 아주 만족하는 기색이었다. 솔직히 벡터는 시종을 가르치는 것보다 최근 시작한 마나수련을 홀가분하게 하고 싶었지만 이런 아이라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라혼은 해리의 긴 팔과 다리와 큰 손과 큰 발을 보고 기사로써 소질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9살의 나이치고 몸집도 커 중갑주를 입는 기사의 체격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벡터에게 해리를 시종으로 삼으라고 권한 것이다.
제니는 자신의 주인이 누구인지 남편 로지에게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대 귀족가(家) 중 하나인 인시드로우의 사자비에가(家)의 사람이고 다구나 인시드로우를 이어받을 후계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측근 기사의 시종이면 아들 해리는 나중에 기사가 될 수 있었다. 입버릇처럼 자기는 기사가 될 거라고 꿈을 말하는 아들에게 너는 기사가 될 수 없다고 말할 수박에 없는 신세에 항상 한숨을 쉬었는데 이제 아들 해리도 기사가 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제니는 기뻐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런데 여관사람들은 다들 어디 갔지?”
“예? 그것이…….”
여관의 모든 사환들과 주인마저 레스에서 전설이 된 요리사의 비법을 배우기 위해 모두 주방에서 제나가 식사를 준비하는 것을 돕고 있었다. 어차피 손님은 라혼과 그의 호위기사 벡터뿐이고 오늘은 그마저도 여관에 없자 모두들 마음을 편히 하고 한가롭게 주방에 처박혀 있을 수 있었다.
“하하하 역시 레스의 전설이 묶는 곳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군. 그럼 제나가 그들에게 부탁해줘! 목욕준비를 해달라고.”
“예, 주인님”
강무 라혼 [87 회] 2003-08-16 조회/추천 : 522 / 6 글자 크기 8 9 10 11 12
그란에서……
라혼이 몸을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후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와 보니 로지와 초치 상회의 초륜 델리스가 라혼을 기다리고 있었다.
“델리스 씨, 기다리신 겁니까?”
“아닙니다. 지금 막 왔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그보다 식사를 하지 않으셨다면 같이 하시겠습니까?”
“하하 그 말을 안 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군요. 레스 전설의 요리사가 만든 요리를 거절하는 것은 바보나 할 짓이죠!”
레스의 1만 골드의 요리사 제니가 인시드로우 소공자에게 넘어갔다는 것은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었다. 그리고 오늘밤이 지나면 그 때 레이스 저녁에 초대 받았던 유력자의 입을 통해 그들의 아내들에게 비교적 상세한 경과가 전해질것이고 그것은 그녀들의 수다에 크게 부풀려져 라혼이 전설의 보물과 제니를 바꾸었다고 소문이 날것이다. 아직은 레스의 대상인 레이스가 제니를 인시드로우 소공자에게 넘어간 사실만 알고 있겠지만…….
라혼은 초치 상회라는 레스에서 큰 상회를 운용하는 초륜 델리스가 겨우 음식이나 얻어먹으려고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가 찾아온 의도가 궁금했다. 카마르게나의 유물은 이미 레이스 노인에게 모두 넘겼다는 것을-물론 공식적이지만- 초륜 델리스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의문은 로지가 풀어주었다.
“마스터! 마스터가 지시하신 무기와 말은 초치 상회가 취급하고 있습니다. 1천명을 무장시킬 무구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초치 상회가 유일합니다. 하지만 무기를 거래하는 것은 예민한 일이라 마스터가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찾아오신 겁니다.”
“그렇군.”
“사실 그렇지만 그것보다 전 맛있는 요리가 있는 곳에는 어떤 이유를 달아서라도 찾아가죠. 전 맛있는 요리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드시죠! 음식이 나오는 것 같은데…….”
라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음식들이 날라져왔다. 라혼은 그 요리를 보자 허기를 느끼며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격렬한 운동(?)을 한 벡터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그리고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있는 음식에 정신없이 먹어대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이 순간은 아무런 말소리 없이 조용히 음식을 씹는 소리와 달그락대는 식기 부딪치는 소리 외엔 들리지 않았다. 고요하고 즐거운 식사시간이 끝나고 후식까지 챙겨먹고 포도주를 마시며 비로소 초륜 델리스의 말로 대화가 시작됐다.
“가이우스 경은 거래에 성공하신 겁니다. 이 맛있는 요리야 말로 진짜 보물 중 보물이죠!”
“저도 동의 합니다.”
어찌 보면 제니로써는 자주 듣는 칭찬이지만 아내 제니의 정식 풀코스 요리를 처음 먹어보고 초륜 델리스 같은 거물이 칭찬하는 것을 직접보고 들은 로지는 아내가 더욱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웠다.
“그보다 일 얘기나 해볼까요?”
“…….”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경보병용 가죽갑옷과 창, 도검이면 됩니다. 말도 되는대로 1천 마리정도 필요합니다. 무구는 2천 명분이 필요합니다.”
“2천명을 무장시킬 무구와 말 1천 마리라…….”
“말은 군마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
“…….”
“자금이야 충분하실 테니 됐고 사실 제가 직접 찾아 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유리 때문입니다. 저희 상회에서 유리를 취급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유리를요? 제가 취급하는 것은 건축용 판유리입니다. 유리공예품이 아닌데 알고계십니까?”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대신 무구와 말은 얼마든지 공급해 들이 갰습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제 동업자와 상의를 해봐야 갰군요! 하지만 레스시 주위에는 제 동업자 하마드 상회가 없으니 가능할 겁니다.”
라혼의 말에 초륜 델리스는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유리를 옮길지 모르지만 만약 유리의 공급만 제대로 된다면 상당한 이익이 보장될 것이다. 이 언질을 해놓고 상대방으로부터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으니 일단 두 번째 목적은 달성된 셈이다. 물론 초륜 델리스의 첫 번째 목적은 제니의 요리지만…….
-----------------------------------------------------
초치 상회로부터 무구와 말을 넘겨받은 라혼은 전사들에게 그것을 지급했다. 그리고 마차에 어린 노예들을 태워 애초 목적지인 시드그람 제국의 수도 제도(帝都) 그란으로 출발했다. 초치 상회가 무구와 말을 준비할 동안 기다린 닷새 동안 노예들의 수는 2510명으로 늘었다. 라혼과 벡터 그리고 로지 가족 넷을 포함한 2516명의 사람과 노새와 당나귀 제외한 1201마리의 말이 긴 행렬을 만들며 그란으로 통하는 평평한 돌로 포장된 가도를 따라 아주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아하~함! 따분하군.”
라혼은 긴 행렬의 중간쯤에서 일행이 이동하는 속도에 맞춰 걷는 말의 등위에 몸을 맞기고 주위경치를 감상하며 연신 하품을 연발했다. 비록 자지 않아도 되는 라혼이지만 정신적 피로는 별개문제였다.
‘아! 따분하군. 그냥 그란까지 먼저 내달려? 좋아!’
라혼은 그냥 먼저 그란으로 달려갈 것을 결심했다. 라혼은 벡터와 로지, 그리고 두 천인대장에게 일행을 맞기고 말의 속도를 올려 나는 듯이 가도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벡터는 라혼과 같이 가려 했지만 라혼의 강압적인 일행의 총책임자의 임무를 받고 결국 행렬에 남았다.
오랜만에 홀가분한 혼자가 된 라혼은 쉬지 않고 말을 몰았다. 라혼이 타고 있는 말은 최고급의 명마였다. 말은 조금 쉬고 오랫동안 달릴 수 있었고 그런 말에게 라혼은 간간히 [리스토레이션restoration:회복]의 체력을 회복하는 마법을 걸어주어 먹이를 먹을 때를 제외하고 하루 종일 가도 위를 내다렸다. 그렇게 열흘을 달리자 곧 그란임을 표시하는 표지석이 눈에 들어왔다.
-그란 20키로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그란이라 시드그람 제국의 발상지 람이라…….’
라혼을 태운 말이 야트막한 언덕을 넘자 끝없이 펼쳐진 시가지를 가진 거대한 도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도시를 보호하는 성벽이 없는 도시. 도시를 관통하는 큰 대로를 아침에 출발하여 저녁에야 그 끝을 알 수 있다는 500만의 인구만으로도 하나의 제국인 도시, 도시를 감싸는 7언덕을 시녀로 데리고 있는 도시, 중심가의 건물 대부분이 5층 이상의 고층건물이고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콜로세움, 전차경기장, 마상창 전용경기장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의 축복이 깃들었다는 만신전(萬神殿) 판테온, 제국을 이끄는 인재를 키우는 그란 아카데미 건물, 제국 마법사 길드의 마법사의 탑, 그리고 시드그람 대륙의 심장인 그란 그 그란의 심장 황제가 기거하고 원로원이 열리는 황금궁전 도무스 아레아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그 거대한 규모와 예술성이 모자람이 없었다. 라혼은 처음 보는 제도(帝都) 그란의 위용에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분주하기 이를 데 없는 거리의 사람들 끝없이 펼쳐진 상인들의 좌판 그리고 그들이 파는 생전 보지도 못한 과일과 물건들 라혼이 아는 그 어떤 도시보다 활기가 넘치는 도시 그란이었다. 마치 노룩의 10배나 되는 규모와 분주함은 라혼의 호기심을 계속 자극했다. 그리고 라혼은 이 분주한 도시에서 길을 잃었다.
“세상에 내가 길을 잃고 헤맬 정도라니 점점 어두워지는데 사자비에가(家)의 저택을 찾는 건 포기하고 여관을 잡아야 갰군. 그렇데 여관은 또, 어디야?”
라혼은 도시의 규모에 혀를 내두르며 여관을 찾았다. 하지만 밤이 늦도록 여관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밤의 그란의 모습은 밝을 때 그란의 모습과 또 달랐다. 나중에서야 그것이 가로등 이란 것을 알았지만 거리에 세워 논 기둥위에 불을 밝히자 그 아래 사람들이 모여들어 또,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그란은 결코 잠들지 않는 도시였다.
“지금 시간이 얼마나 됐지? 여기서는 시간을 알 수없군.”
라혼은 밤늦은 시간이 분명한데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대는 거리를 지나 술집으로 보이는 건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쇼.”
“맥주!”
라혼은 반갑게 손님을 맡는 바텐더에게 맥주를 주문해 한 모금 마신 후 바텐더에게 물었다.
“혹시 하룻밤 쉴 쓸만한 여관을 알고 있나?”
“여관이요? 문으로 나가셔서 오른 쪽으로 2블록만 가시면 됩니다.”
“2블록?”
“그러니까 사거리를 2번 지나치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블록이라…….”
그렇게 그란에서 하룻밤이 지났다.
강무 라혼 [88 회] 2003-08-17 조회/추천 : 467 / 5 글자 크기 8 9 10 11 12
그란에서……
바텐더가 소개해준 여관에서 하룻밤을 지새운 라혼은 다시 거리로 나섰다.
‘넓어도 너무 넓군. 이 넓은 그란에서 어떻게 사자비에가(家)의 장원을 찾지? 가만 내 약혼자가 제국 아카데미의 학생이라고 했지. 이름이 인시나였던가?’
라혼은 제국 아카데미가 있는 위치를 물어가며 찾아갔다.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쉽게 제국 아카데미를 찾을 수 있었다. 제국 아카데미의 규모는 라혼이 보기에 거의 노룩의 반만 했다. 즉 웬만한 대도시 규모의 넓이에 필적한다는 얘기다.
“대단하군. 설마 이정도 규모일 줄이야! 여기서도 인시나를 찾으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갰는걸.”
라혼은 제국 아카데미의 넓이에 혀를 내두르며 웬만한 건물 5층높이의 거대한 정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가장 큰 건물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라혼이 목표로 삼은 그 건물은 제국 아카데미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돔형 건물로 정식 명칭 하야덴 대 도서관, 보통 그레이트 라이브러리라고 불리는 건물이었다. 그 건물의 크기도 하나의 작은 성(城)이라고 할 만큼 컸다.
“여기는 뭐든지 크네!”
그레이트 라이브러리의 정문지나 홀에 들어선 라혼의 입에서 다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다시 건물의 안쪽에 들어서자 라혼은 또다시 입이 벌어졌다. 바로 천정 끝까지 꼽혀있는 서가(書架) 때문이었다. 밝은 실내에 서가(書架)통로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인데 그런 서가(書架)가 계속 늘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여기에 다 있잖아…??